엘리 가문의 비극

삼상4:12-22

오늘은 엘리 제사장과 그 자녀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제사장 집안의 이야기라면 당연히 복된 이야기여야 하는데 엘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좋지 못한 내용을 가지고 설교하는 게 다소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살펴보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인들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고 목사와 그 자녀들도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잘 해야 하니 제사장 엘리와 그 아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성하고 또 거울로 삼아 삼가하는 마음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먼저 사무엘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무엘서는 사사시대를 거쳐 통일왕국을 건설하고 그 왕국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가나안을 모두 정복하고 이스라엘민족의 통합을 완성한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중심으로 연대를 추정해보면, 사무엘상은 사무엘의 출생으로부터 사울이 죽을 때까지(BC1105-BC1011) 대략 94년간 벌어진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무엘하는 다윗이 헤브론에서 통치를 시작할 때부터 다윗이 죽을 때까지(BC1010-BC971) 다윗이 통치한 4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제사장 엘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은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제사장직을 맡겨주시고 아론의 후손들이 계승하도록 해주었습니다. 엘리는 인품이 휼륭해서, 또는 선한 일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노력해서 제사장이 된 게 아니고 아론의 후손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제사장이 될 사람으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엘리의 아들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생 성막에서 일하면서도 제사장이 될 수 없는 다른 레위인들에 비하면 아론의 후손들은 복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태아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사람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참 많은 것이 결정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인자 속에 이 사람이 태어나 성장해서 어떤 신체적 특징과 성격과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자랄 것인지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론의 후손들은 대대로 제사장자리에 오르도록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노력해서 얻은 자리가 아니라 귀한 줄 모르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을 것입니다.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이스라엘 공동체에 제사장이 등장한 것은 출애굽 직후입니다. 출애굽기28장을 보면, 하나님은 모세에게 아론과 그 아들들을 제사장으로 세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출28:1). 아론과 모세는 레위의 둘째 아들 고핫의 후손이었습니다. 야곱의 셋째 아들 레위에게는 게르손, 고핫, 무라리 세 아들이 있었고(창46:11), 고핫의 후손 중에 아므람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요게벳을 통해 아론과 모세와 미리암을 낳았습니다(민26:59). 모세에게도 미디안 제사장의 딸 십보라를 통해 낳은 아들 게르솜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아론의 아들에게 제사장직을 맡겼습니다. 제 생각에 게르솜은 모계 혈통이 미디안족이라 결격사유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당시 아론에게는 나답, 아비후, 엘르아살, 이다말 이렇게 네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제사장직 직분을 위임받았습니다(민3:1-4; 역상24:2), 나답과 아비후는 시내 광야에서 다른 불을 여호와 앞에 드리다가 여호와 앞에서 죽음을 당했는데, 죽을 당시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 후부터 제사장 직분은 엘르아살과 이다말의 후손으로 계승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주인공 제사장 엘리는 넷째 아들 이다말의 후손이었습니다. 엘리에게는 홈니와 비느하스 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제사장직을 위임받았습니다. 제사장이 된 홈니와 비느하스는 제사장 되기에는 형편없는 불량자였습니다(삼2:12).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으로 자신을 거룩하게 구별하고 삼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백성들들도 상상할 수 없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제사드리기 위해 삶는 고기를 맘대로 갈고리로 건져다 먹고 하나님께 기름을 태워드리기도 전에 생고기를 강제로 빼앗아갔습니다(삼상2:14,16) 그 뿐아니라 회막문에서 일하는 여인과 동침하기도 했습니다(삼상2:22).. 아버지 엘리 제사장이 타일러도 듣지 않고 악행을 계속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보내 먼저 아버지 엘리를 책망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제사를 욕되게 하는 아들들의 잘못된 소행을 엄하게 다스리지 않고 방치한 아버지 엘리에게 “네 팔과 네 조상의 집 팔을 끊어 네 집에 노인이 하나도 없게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스라엘에게 모든 복을 베푸는 중에 너는 내 처소의 환난을 볼 것이며  네 두 아들 홈니와 비느하스는 한 날에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다”(삼상2:31-34)라고 경고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는데도 그것을 금하지 않았기 때문에 엘리 집의 죄악은 제물이나 예물로도 영영히 속함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사무엘에게 말씀하셨습니다(삼상3:13,14).

하나님께서 경고하신 대로 엘리의 두 아들은 이스라엘이 불레셋과 전투를 하는 중에 하나님의 궤를 빼앗기고 그 때 홉니와 비느하스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비보를 전해 들은 엘리는 충격을 받고 의자에서  자빠져 목이 부러져 죽었습니다(삼상4:11,18). 40년 동안 이스라엘 사사로서 제사장으로서 살아온 그의 인생은 아들들을 잘 다스리지 못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집안에 재난이 닥칠 때 비느하스의 아내는 임신하여 출산이 가까웠을 때인데 남편과 시아버지의 사망소식에 충격을 받아 조산 중에 사망하고 어린아이 하나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엘리 가문은 거의 몰락직전까지 갔습니다.

큰 아들 홉니는 아들도 없이 죽었고, 작은 아들 비느하스만 유복자를 남겼는데 그 아이가 자라서 엘리 집안의 명맥은 유지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비느하스의 증손자인 아히멜렉이 놉땅에서 제사장으로 있었습니다. 그 때 다윗이 사울의 위협을 피해 놉으로 피신해 제사장 아히멜렉을 찾았습니다. 삼일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도망 온 다윗은 아히멜렉에게 떡 다섯덩이나 뭐든지 있는 대로 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사장 아히멜렉은 성소에 진설해 놓았던 거룩한 떡을 다윗과 함께한 무리들에게 주어먹게 하고 또 병기를 요청하는 다윗에게 골리앗의 칼을 넘겨주었습니다.

사울왕은 도엑으로부터 아히멜렉이 다윗을 돕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사울왕은 놉의 제사장들을 불러다 심문했습니다. 사울왕은 신하들에게 무고함을 주장하는 제사장들을 다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신하들은 감히 나서 제사장을 죽이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그러자 사울왕은 도엑을 시켜 제사장들을 다 죽이게 했습니다. 그 때 아히멜렉의 아들 아비아달만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후에 왕위에 오른 다윗은 자신 때문에 죽음을 당한 아히멜렉을 생각해서 그의 아들 아비아달에게 제사장직을 맡겨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다윗 통치 시에 엘리 가문은 다시 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솔로몬과 아도니야가 왕권 다툼을 벌일 때 제사장 아비아달은 아도니야 편에 섰는데(왕상1:7,8), 솔로몬이 왕권을 잡게 되자 제사장직에서 파면되어 고향 아나돗으로 낙향하여 평민으로 살아야 했습니다(열상2:26,27). 그 후엔 아론의 셋째 아들 엘르아살의 후손 사독이 아비아달을 대신하여 제사장직을 맡았습니다. 

레위지파 중에서도 제사장 가문에서 태어난 엘리는 축복받은 인생이었습니다. 엘리 제사장 시대에 엘리의 가문만큼 명성과 영향력 있는 집안은 없었습니다. 대제사장 아론의 후손으로 그 당시에 엘리를 필적할 만한 다른 제사장도 없었습니다. 엘리는 제사장으로서, 사사로서 40년 동안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최고의 지도자로 큰 잘못없이 자기의 역할을 잘 수행해왔습니다. 문제는 아들들을 잘 다스리지 못해 그의 인생은 물론 가문까지 몰락하게 된 것입니다. 다윗 통치 때까지 명맥이 유지되긴 했지만, 엘리 이후 가문은 급격히 몰락했습니다.

하나님은 홉니와 비느하스가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아버지 엘리 제사장이 그걸 막지 않고 놔둔 것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하나님은 엘리 제사장이 하나님 보다 자식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하셨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인생은 결코 별개일 수 없습니다. 목회자의 가정은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모든 크리스쳔 부모들은 자녀의 신앙교육에 특별히 힘을 써야 하겠지만 목회자, 장로님, 집사님들은 자녀들이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도록 양육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자녀들이 하나님을 무시하며 잘못된 길로 갈 때 모른 척하면 안됩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식이 잘못하는데도 그걸 눈감아주고 하나님을 섬기는 것보다 자식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떠난 자녀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보세요.불량한 자식 때문에 한평생 하나님을 잘 섬긴 엘리의 인생은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을 자유로 맡겨두면 안됩니다. 그러면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하는 인간의 속성상 자녀들이 하나님을 떠나기 쉽습니다.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가르쳐 여호와 공경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입니다. 부모된 교우들은 자녀가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