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는 연약한 모습으로 세상에 임한다.

하나님 나라는 연약한 모습으로 세상에 임한다.

제가 신학교를 다닐 때만해도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기독교인구가 늘어나고

계속해서 교회가 개척되고 선교사도 파송되고 그랬습니다. 그 땐 확실하게 복음이 세상

을 정복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봐서는 정말 하

나님 나라가 다가 오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합니다. 그리스도인 숫자도 줄고 교

회도 줄고, 있는 교회마져 사람이 안모여서 없어지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도 갈등

과 다툼이 빈번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이게 뭔가 싶습니다.

요즘 한국과 미국만 놓고 본다면 교세가 좀 위축된 느낌이 듭니다. 한국의 경우 전세

계가 놀랄 정도로 교회가 많고 교인들이 많이 모이는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시아

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은 그리스도인의 비율이 높은 편이고 열심도 있어 세계 곳

곳에 선교사가 나가 있고 그렇지만, 한국 교회도 최근엔 정체상태거나 쇠퇴하고 있다고

걱정을 합니다. 미국은 신앙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와서 세운 나라답게 기독교국

가라고 할 정도였지만, 세속화의 길을 걸으면서 그리스도인 숫자도 줄어들고 신앙 표현

의 자유도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씨뿌리는 자의 비유를 자세히 보면 하나님 나라는 이렇게 취약한 모습으로 세

상에 임하고 패하거나 없어질 것 같아 걱정하게 만드는데 지나고 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

과 다르게 세상을 정복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그런 반전이 거듭되었습

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을 때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실망하고 엠마오로 내려간 두 제자가 대표적인 사람인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그 둘 뿐이었겠습니까?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땐 몰랐는데 지

나고 보니 예수님의 죽음은 승리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믿는 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여기 저기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씨뿌리는 비유는 아무 맥락이 없이 나온 말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제자들에게 알려주려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씨뿌리는 자의 비유를 하나님 나

라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구원을 넘어서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세상에 임하는지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는 새들이 먹어버렸습니다. 돌밭에 떨어진 씨

는 싹이 났지만 햇빛에 시들어버렸습니다. 가시떨기에 떨어진 씨도 가시에 막혀 더 이

상 자라지 못했습니다. 이 세 종류의 밭만 놓고 보면 하나님 나라는 실패하는 것처럼 보

입니다.

우린 능력으로 임하는 하나님 나라, 예수 이름의 권세를 외치며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 눈에는, 때때로 우리 눈에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봐서는 하나님

나라와 교회가 매우 약해 빠져 곧 소멸될 것 같은 걱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

는 모든 씨앗이 다 결실해서 열매를 맺는게 아니라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4분의 3은 결

국 헛되어 소멸되고 맙니다. 그래도 결과는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옥토에서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거두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땅에 임하여 승리하기 까지는 악한 세력의 저항과 배척과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네 종류의 밭 중에 세 종류의 밭은 이런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예수 믿고 교

회다니기 시작하자 어떤 사람은 사단의 공격을 심하게 받고, 어떤 사람은 예수 믿는다

고 박해를 받고 어떤 사람은 세상 걱정과 재물의 욕심 때문에 힘들어 중간에 포기합니

다. 이런 사람들이 보여주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은 예수 이름의 능력과 권세와 영광보

다는 허약하고 실망스런 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시험에 들지 않도록 대비하기 바

랍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영적으로는 능력과 권세로 임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때

때로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는 연약한 모습으로 임한다는 걸 잊지 맙시다.